퇴사자, 월 100만 원으로 사는 법
3가지 소비 시나리오 비교 분석
퇴사를 하면 가장 먼저 바뀌는 건 ‘시간표’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가계부’가 훨씬 더 먼저 바뀝니다.
직장에 다닐 때는 별다른 고민 없이 지출하던 항목들이 퇴사 후에는 낯설게 느껴집니다. 예를 들어 매일 아침 마시던 테이크아웃 커피 한 잔, 점심시간마다 자연스럽게 하던 외식, 출퇴근 교통비 등은 이제 ‘내가 꼭 이 돈을 써야 하나?’라는 질문 앞에 놓입니다.
고정비용이 체감되기 시작하고, 한 달 예산을 다시 짜보는 일이 ‘살기 위한 최소 비용’을 구체적으로 마주하는 작업이 됩니다. ‘최소한의 삶’을 꾸리는 데 정말로 얼마가 드는지, 그리고 그 금액을 어디까지 줄일 수 있는지 스스로 실험하게 되는 것입니다.
왜 월 100만원인가?
많은 퇴사자들이 생활비 기준으로 삼는 대표적인 숫자가 바로 월 100만 원입니다.
이 금액은 마치 하나의 기준선처럼 사용됩니다. 적금을 들지 않고, 보험도 최소 수준으로만 유지하며, 소비 습관을 극단적으로 단순화해야 가능한 수준이지만 불가능한 금액은 아닙니다.
‘버텨보겠다’는 마음으로 퇴사를 선택한 사람, 혹은 새로운 일을 준비하면서 최대한 소비를 줄이려는 사람들에게 100만 원은 ‘극한’이 아닌 ‘도전 가능한’ 목표가 됩니다.
이번 글에서는 실제 퇴사자들이 설계했거나 도전했던 세 가지 유형의 월 100만원 시나리오를 구체적으로 소개하고, 각각의 특징과 장단점을 분석합니다.
시나리오 A. 생존형 – ‘도시 탈출형’의 극단적 절약
“모든 비용을 10만 단위로 끊어봤습니다. 버틸 수는 있습니다.”
이 유형은 ‘살아남는 것’을 목표로 한 소비 구조입니다. 모든 지출 항목을 최소화해, 물리적으로 100만원 이하의 생활을 실현합니다. 주거비를 낮추기 위해 지방 고시원에 들어가거나, 농촌 지역의 빈집을 공유합니다.
주거 | 20만원 | 지방 고시원, 농촌 빈집 쉐어 |
식비 | 20만원 | 100% 직접 요리, 마트 대용량 중심 |
통신비 | 1만원 | 알뜰폰 요금제 |
교통비 | 3만원 | 필요할 때만 이동 |
공공요금/생활비 | 6만원 | 수도, 전기, 소모품 등 포함 |
보험료 | 없음 | 모두 해지 또는 미가입 |
문화·취미 | 0원 | 없음 |
여유자금/비상금 | 10만원 | 돌발상황 대비 |
건강·치과 예비 계좌 | 10만원 | 이체 후 예치 |
기타 | 10만원 | 잡비, 생필품 등 |
핵심 특징
- 도시를 벗어나 고정비(특히 주거비)를 줄입니다.
- 외출은 최소화하고, 식사는 철저히 ‘집밥’ 위주입니다.
- 병원, 약국도 반드시 필요한 경우에만 방문합니다.
- 보험료나 적금 같은 미래 대비는 과감히 생략하고 ‘지금 살아가는 것’에 집중합니다.
장점
- 실제로 한 달 100만원 이하의 지출이 가능합니다.
- 눈에 띄게 절약 효과가 나타납니다.
- 시간과 비용을 모두 ‘자기 회복’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단점
- 사회적 고립감을 느끼기 쉽습니다.
- 도시 인프라(도서관, 병원, 공공기관 등) 접근이 어렵습니다.
- 치과, 가족 장례 등 돌발적인 고비용 상황에 매우 취약합니다.
시나리오 B. 정서안정형 – 도시와 인간관계를 놓치지 않는 소비
“혼자 살아도 생일 모임, 커피 한 잔, 외식 한 끼는 필요해요.”
이 유형은 철저한 절약보다는 생활의 질과 인간관계 유지를 중시합니다.
‘도시 외곽’의 저렴한 원룸에 살고, 직접 요리를 하되 외식도 주 1회 정도는 허용합니다. 혼자 있되 ‘외롭지 않은 삶’을 추구합니다.
주거 | 30만원 | 도시 외곽 원룸 |
식비 | 25만원 | 직접 요리 + 외식 주 1회 |
통신비 | 1만원 | 알뜰폰 |
교통비 | 5만원 | 대중교통 위주 |
공공요금 | 6만원 | 수도·전기 등 |
문화·취미 | 10만원 | OTT, 독서, 전시 관람 등 |
인간관계비 | 10만원 | 친구 모임, 커피, 선물 등 |
예비비 | 13만원 | 예상치 못한 비용 대비 |
핵심 특징
- 거주비는 낮추되, 도시 접근성과 정서적 안정은 유지합니다.
- 모임이나 카페, 외식 같은 관계 기반 소비를 적정 수준 유지합니다.
- 문화·취미 활동도 일정하게 유지하면서 정서적 균형을 도모합니다.
- 예비비 확보로 갑작스러운 비용 상황에 조금은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습니다.
장점
- 외로움 없이 인간관계를 지속할 수 있습니다.
- 도시 인프라(공공도서관, 시민센터 등)를 활용할 수 있습니다.
- 생활비의 범위 내에서 취미와 여가도 즐길 수 있습니다.
단점
- 도시 접근성과 주거 퀄리티 사이의 타협이 필요합니다.
- 인간관계비는 조절이 쉽지 않아, 예상보다 초과 지출이 잦을 수 있습니다.
- 지속적인 예산 체크와 소비 균형이 필요합니다.
시나리오 C. 창업준비형 – 불확실성에 대비한 자기 투자
“100만 원으로 단기 버티기보다, 6개월 이상을 설계했어요.”
이 유형은 단기 생존보다 장기적인 자기 전략에 초점을 맞춥니다.
예를 들어 창업을 준비하거나, 프리랜서로 전환하려는 사람들에게 적합합니다. 주거는 다소 비용이 들더라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대신 소비는 철저히 계획하며 지출의 일부를 ‘미래 투자’에 씁니다.
주거 | 35만원 | 단기 계약 오피스텔 (6개월 할인) |
식비 | 20만원 | 혼밥 위주, 도시락 병행 |
통신비 | 2만원 | 데이터/Wi-Fi 포함 |
교통비 | 4만원 | 최소한의 외출 |
공공요금 | 5만원 | 난방, 수도 포함 |
업무비 | 5만원 | 창업 도메인, 구독 툴 등 |
자기계발 | 10만원 | 강의 수강, 컨설팅 등 |
인간관계비 | 5만원 | 제한된 모임 유지 |
예비비 | 14만원 | 갑작스러운 비용 대비 |
핵심 특징
- 생존에 급급하지 않고, 다음 단계(창업, 전직 등)를 준비합니다.
- 업무 관련 툴, 도메인, 교육에 일정 예산을 배정합니다.
- 안정적인 주거를 확보함으로써 집중 환경을 만듭니다.
- ‘미래의 지출’을 현재 소비 계획에 반영해 장기 지속 가능성을 고려합니다.
장점
- 단기 생존을 넘어 미래 설계가 가능합니다.
- 수입 없이도 창업 준비나 진입 설계가 가능합니다.
- 정신적인 동기와 목적 유지에 효과적입니다.
단점
- 당장의 생활비 여유가 적어 스트레스가 될 수 있습니다.
- 초기 투자가 수익화되기까지 시간이 걸립니다.
- 계획대로 되지 않을 경우 리스크가 큽니다.
요약: 어떤 시나리오가 정답일까?
이 세 가지 시나리오는 모두 퇴사 직후 약 6개월에서 1년 사이를 염두에 두고 설계된 것입니다. 어떤 시나리오가 더 나은지는 당신의 현재 위치와 목표에 따라 달라집니다.
소비 집중 | 고정비 절감 | 인간관계/문화 | 미래 설계 |
외출 빈도 | 거의 없음 | 중간 | 낮음 |
정신적 만족감 | 낮음 | 중간~높음 | 중간 |
지속 가능성 | 3~6개월 | 6개월 이상 | 6개월~1년 |
추천 대상 | 저축 목표자 | 균형 지향형 | 창업·전직 준비자 |
결론: 퇴사자에게 '100만 원'이란?
월 100만 원이라는 금액은 단순한 숫자가 아닙니다.
그 안에는 당신의 우선순위, 소비 감각의 재조정,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임시 합의가 담겨 있습니다.
퇴사자의 소비는 ‘무조건 줄이는 것’이 아닙니다.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에 대한 결정입니다.
남길 것, 지울 것, 미룰 것. 이 세 가지를 어떻게 배열하느냐가 바로 퇴사 후 삶의 설계도입니다.
그리고 기억하십시오. 그 지도는 돈으로만 그리는 것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