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퇴사를 정리하는 셀프 인터뷰 노트

by 루틴디자이너 2025. 5. 9.

1. 퇴사의 심리적 전조: 어떤 신호를 무시하고 있었는가?

퇴사라는 결정은 결코 단번에 이루어지는 충동적 선택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것은 오랜 시간 축적된 감정적 피로, 가치관의 충돌, 직무 만족도의 저하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심리상담 전문가로서 수많은 내담자들과의 만남을 통해 ‘퇴사의 그림자’가 어떻게 서서히 드리워지는지를 지켜본 바 있습니다. 그리고 저 역시 그 신호를 마주했을 때, 그것을 직시하기보다는 외면하고 미루었던 경험이 있습니다.

퇴사를 고민하게 되는 주요 심리적 신호 중 하나는 ‘직무 소진(Burnout)’입니다. 이 현상은 단순한 피로감을 넘어서, 일에 대한 흥미와 몰입감의 상실, 정서적 고갈, 무기력감 등의 형태로 나타납니다. 제게도 그러한 변화가 서서히 찾아왔습니다. 과거에는 내담자의 이야기에 깊이 몰입하며 함께 정서적 공명을 이뤄내는 데에서 큰 보람을 느꼈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상담이 끝난 후에도 무기력함이 사라지지 않았고, ‘내가 이 일을 왜 계속하고 있는가?’라는 자문을 반복하게 되었습니다.

또 다른 핵심적인 신호는 ‘가치 불일치(Value Incongruence)’입니다. 이는 조직의 문화나 운영 방식이 개인의 신념이나 가치관과 충돌할 때 발생합니다. 상담가로서 내담자들의 자율성과 주체성을 중시해 왔던 제게, 점차 행정 중심으로 변해가는 조직 내 분위기는 점점 이질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이는 곧 업무 전반에 대한 불만족으로 이어졌고, 내면의 목소리는 점차 커져만 갔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처럼 저 역시 이 신호들을 외면한 채 ‘조금만 더 견디자’,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식으로 자신을 설득하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심리적 자기기만은 퇴사 시기를 더욱 지연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혹시 여러분도 비슷한 신호를 경험하고 계시진 않습니까? 다음과 같은 체크리스트를 통해 스스로의 내면 상태를 점검해 보시길 권해드립니다.

퇴사 심리 진단 체크리스트:

  • 아침에 출근 생각만 해도 가슴이 답답하고 무기력하다.
  • ‘이 일은 내 일이 아니다’라는 생각이 자주 든다.
  • 직장 내 인간관계가 점점 고립되고 있다.
  • 시계만 바라보며 하루가 지나가길 바란다.
  • 퇴근 후에도 피로가 풀리지 않고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 회사에서의 성취감보다 탈출 욕구가 더 크다.

4개 이상 해당되신다면, 지금이야말로 자신의 심리 상태를 진지하게 돌아보고 퇴사의 가능성을 신중히 고려해야 할 시점일 수 있습니다.


2. 퇴사의 심리적 결정 과정: 이 감정의 정체는 무엇인가?

퇴사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가장 복잡한 것은 ‘감정의 소용돌이’를 감내하는 일입니다. 심리적으로는 인지 부조화(Cognitive Dissonance), 즉 내면의 욕구와 현실적 조건 간의 충돌이 발생하게 됩니다. ‘지금이라도 떠나야 한다’는 내면의 목소리와, ‘지금 떠나면 너무 불안하다’는 현실적인 두려움 사이에서 사람들은 깊은 갈등을 겪게 됩니다.

저 또한 그러한 갈등의 한가운데에 있었습니다. 내면에서는 이미 퇴사의 결정을 어느 정도 내리고 있었지만, 현실적인 변수들 , 경제적 안정성, 사회적 관계, 가족의 시선 모든 것들이 그것을 실현하는 데 큰 장애물로 작용하였습니다. 상담가로서 자기 자신을 객관화하는 능력을 훈련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감정이라는 것은 결코 논리나 경험만으로 다스릴 수 없는 영역임을 다시금 절감하게 되었습니다.

이럴 때 중요한 것은,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일입니다. 저는 다음과 같은 ‘셀프 인터뷰’ 질문을 통해 자신의 감정을 구조화하려 노력했습니다.

셀프 인터뷰 질문:

  1. 지금 이 직장에서 가장 견디기 힘든 점은 무엇인가?
  2. 앞으로 1년 후, 이곳에 계속 남아 있을 나의 모습은 어떨까?
  3. 퇴사 이후, 내가 바라는 삶의 모습은 구체적으로 어떤가?
  4. 퇴사 결정을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는가?

이러한 질문은 단순히 감정을 정리하는 데 그치지 않고, 내면의 방향성을 점검하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중요한 나침반 역할을 하였습니다. 중요한 것은 ‘떠나는 이유’보다 ‘향후 방향성’입니다. 감정적 탈출이 아닌, 계획된 전환이어야 후회 없는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3. 퇴사 후의 심리적 성장: 어떻게 다시 나를 설계하였는가?

퇴사 이후 많은 이들이 경험하는 첫 감정은 의외로 해방감이 아닌, 상실감입니다. 직장은 단순히 생계를 유지하는 공간이 아니라, 나의 사회적 정체성과 존재감을 실현하던 장소였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 감정을 ‘역할 상실(Role Loss)’로 정의하고, 이를 인정하는 것으로부터 새로운 시작을 설계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심리학적으로 퇴사는 일종의 애도 과정(Grief Process)으로 보아야 합니다. 하나의 삶의 챕터를 마무리하는 사건이기 때문입니다. 무언가를 잃었다는 감정을 억누르기보다는, 그것을 충분히 인식하고 정리하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이 시간을 통해 우리는 새로운 역할, 새로운 목표, 새로운 정체성을 준비할 수 있게 됩니다.

퇴사 직후 저는 3개월간 ‘자기 탐색 기간’을 계획하였습니다. 그 시간 동안 저는 매일 퇴사 일기를 작성하며 내면의 감정을 기록하였고, 동료 상담가와의 슈퍼비전을 통해 제 감정의 흐름을 점검하였습니다. 또한 하루 루틴을 새롭게 설정하고, 이전에는 만날 수 없었던 다양한 영역의 전문가들과 교류하면서 저의 시야를 확장할 수 있었습니다.

퇴사 후 심리적 회복과 성장을 위한 제안:

  • 감정을 무시하지 말고, 글이나 말로 구체화하십시오.
  • 신뢰할 수 있는 사람 또는 전문가와 자신의 감정을 나누십시오.
  • 퇴사 이후의 일상을 계획하고, 작은 성공 경험을 누적하십시오.
  • 새로운 사회적 연결망을 구축하여 변화의 기회를 모색하십시오.

지금 돌이켜보면, 퇴사는 제 삶의 방향성을 근본적으로 전환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단순히 하나의 직장을 떠난 것이 아니라, 제 자신과의 관계를 다시 정립한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는 곧 내담자들에게 더욱 진정성 있게 다가갈 수 있는 상담가로서의 역량 향상으로도 이어졌습니다.


마무리: 퇴사는 끝이 아니라 자기 탐색의 출발점입니다

퇴사를 결심하는 것은 단지 회피가 아닌, 자신을 위한 선택일 수 있습니다. 다만 그것이 일시적인 감정의 폭풍 속에서 이루어진 결정이 아니라, 충분히 성찰하고 준비한 결과여야 합니다. 상담가로서, 그리고 퇴사를 경험한 한 사람으로서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퇴사는 자기 인생을 다시 설계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 선택의 무게를 가볍게 보지 마십시오. 동시에 그 선택이 여러분의 삶을 보다 충만하게 만들 수 있도록, 지금 이 순간 스스로에게 솔직해지시기 바랍니다.

"지금 나는 어떤 삶을 원하고 있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여정이, 바로 퇴사 이후의 삶을 더욱 의미 있게 만들어줄 것입니다.